태국에서 만난 김광석의 노래 :: Horizontal Grays S2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던 치앙마이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윗통을 벗고 문신을 시작한지 한시간 가량 흘렀을까? 조금씩 따끔하던 통증마저도 지루함에 졸리기 시작할 무렵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흘러내린다.

그곳에 문신을 배우러 온 올해 23의 귀여운 한국처자 K씨가 자기가 좋아하는 곡이라며 튼 것이다.

나 20대 때 김광석 좋아했지만 그 노래의 감성을 제대로 느끼진 못했다.

서른 즈음이 되어서야 '서른 즈음에'가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고

오히려 40이 가까워져 오는 지금에야 그가 노래하는 것을 한마디 한마디 가슴 깊이 박힌다.

비아냥 같은 것은 아니었고 신기함에 물었다. 이 노래를 느낄 수 있냐고...

가사가 와닿아서 좋다고 대답한다.

신기하다. 내가 어린건지 이 친구가 성숙한건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동질감을 느낀다.

문신을 해주던 태국 친구가 담배한대 피고 잠시 쉬었다 다시 하자고 한다.

담배를 한대 물고 타투샾 문앞으로 나와 처마 밑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담배에 불을 붙일 무렵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슴을'을 흘러나온다.

먼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문신을 해주던 태국 남자와 여기서 인사만 나눈 젊은 한국 여자와 함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슴을'을 들으며 담배 한모금이라니..

지속적인 따끔함으로 마취된 약간은 얼얼한 어깨가 왠지 모르게 기분 좋게 느껴진다.

*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해준 K양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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