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종주 #3 - 세석산장~천왕봉~하산 - :: Horizontal Grays S2
2007.10.27 일요일
좁은 산장의 잠자리...
무릎이 너무 아파서 몸을 뒤척일때마다 잠을 깬다.
그렇게 자다깨다 사람들의 부스럭소리에 주변을 살펴보니
산장의 약 1/3가량의 인원이 나갈준비를 하고 있다.
몇시쯤이나 된걸까? 시계를 보니 3:00시다.
하긴 세석산장에서 천왕봉까지 가서 일출보려면 지금 출발해야 해도 빠듯할 듯하다.
내 다리로는 어차피 천왕봉에서 일출보기는 힘들듯하고 1시간 정도 더 자기로 한다.

04:20 일어나서 배낭을 꾸리고 산장밖으로 나오니 아침을 해먹는 등산객들이 많다.
배고픈지도 잘 모르겠거니와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앉아서
바나나하나와 초코렛을 조금 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천왕봉까지는 5Km 조금 넘게 남은듯하다. 일반적인 예상시간은 3시간 정도 되는듯한데
지금 내 다리상태로는 네시간 이상 걸릴듯하다.

04:55 세석산장을 나와 천왕봉으로 출발.
쏟아질듯한 별빛 여전히 아름답고, 밝은 달빛이 이 산, 저 산 비추는 모습도 정말 멋지다.
해가뜨기전이라 플래쉬로 길을 비추며 가는데 풀잎들에 서리가 맺혀 얼어있는 모습또한 아름답다.

05:50 천왕봉까지 3Km쯤 남은듯하다. 해는 아직도 뜰 생각을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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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0 드디어 해가 저쪽에서 뜨려고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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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천왕봉이 보이는 어느 봉우리에 올라오니 일출은 이미 시작된듯하다.
같이 쉬던 등산객 한분은 여기서 일출 보고 올라서시겠다고 한다.
나는 5분 가량 쉬고 먼저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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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50 연하봉(해발 1730m)에 오르니 드디어 해가 뜨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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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봉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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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 산장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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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5 장터목산장(해발 1653m) 도착
천왕봉에 오르려는 사람들, 일출보고 내려온 사람들이 섞여 괘 북적댄다.
바람이 꽤 차다.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

07:50 간단하게 요기하고 다시 산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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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봉 고사목
이곳은 지난 95년도에 왔을때도 가장 인상이 깊었던 곳이다.
제석봉 고사목에 대해 쓰여있는 안내판을 옮겨본다.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이라고 무상의 세월을 말하는 이 고사목 군락지에 얽힌 내력은 아래와 같다.
50년전에는 숲이 울창하여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의 청년같은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 불을 질러 그 불이 제석봉을 태워
지금처럼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되었다.
탐욕에 눈먼 인간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자연파괴 행위가 이처럼 현재까지 부끄러운 자취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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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출보고 내려가는 등산객들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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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50 통천문
통천문을 지나는데 어떤 아저씨가 "하늘 잘 다녀오세요"라고 하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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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천왕봉(해발 1915m) 도착
드디어 정상도착이다. 아픈다리로 수고했다고 내 자신에게 한마디 해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바쁘다.
천왕봉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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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를 기다렸다가 나도 등산객 한분께 부탁에 사진을 찍었다.
천왕봉내려와 조금 너른곳에 자리잡는데  할머니 한분, 아주머니 한분이 평상복에 간편한 신발신고
나무지팡이 들고 거의 정상까지 다 오셨다. 아주머니 한분이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할머니 "난 이게 가벼워서 좋아"라고 답하신다.
그말이 정답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쪽에서는 다름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간단하게 간식들을 먹고 있다.
나는 뭐... 혼자서 초코렛 조금 먹고, 물 마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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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0 하산 시작 , 휴- 여기를 내려가야 한다. ㅜㅡ
아픈 무릎은 내리막이 더 쥐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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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천왕샘, 시원하게 물한잔 마시고 식수도 보충했다.


11:00 10분간 휴식하고 있다. 천왕봉을 내려오기 시작해서 천왕샘에서 물마신거 말고는 한번도 안쉬고 내려왔다.
아- 확실히 내리막길은 힘들고 더디고.. 아니  힘들어 더딘가 아니라 무릎이 아파서 더딘게지..
중산리 쪽으로 내려가다보니 진주쪽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많은 탓인지 경상도 사투리가 많이 들린다.
올라오시던 한 아저씨가 내려오는 어떤 아줌마에게 "천왕봉 잘 있습니까?" 묻자 "네..꼼짝않고 잘 있어예"
하고 대답하신다.
절뚝거리며 내려오는 내모습에 많이들 걱정해주셨는데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또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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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7 법계사
11:50 로타리산장(해발 1350m) 도착
쉬지않고 최대한 열심히 내려왔더니 지도상 두시간만에 오도록 되어있는 길을 2시간10분만에 내려왔다.
아픈 무릎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중산리까지 3.4Km 지도에 나와있는 예상소요시간은 2시간30분.
점심먹고 13:00시 쯤 출발하면 3~4시쯤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다.

점심은 역시 라면에 햇반, 김, 김치, 장조림
혼자지만 맛나게 먹었다. :)


13:00 로타리산장을 떠나 다시 하산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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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계단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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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아래로 내려올수록 단풍을 많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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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다리
아주머니 한분이 무서워서 못 건너셔서 조금 기다려야 했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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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 중산리야영장도착
사진에 공익요원이 저렇게 자리잡고 앉아서 하산하는 등산객들의 다리에 맨소래담을 발라주고
맛사지도 정성껏해준다. 물론 나도 해줬다. ^-^;
정말 고마웠습니다. ^-^

아- 드디어 중산리 도착이다. 끝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버스타는 곳까지 아직 더 내려가야한다고 했다.
16:00에 버스가 있다는데 이렇게 절뚝거려서는 17:00 차를 타야할 듯하다.
어쩌겠나.. 또 슬슬 걸어가야지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걸으려니 더욱 힘들다.
절뚝거리며 걸어내려가고 있는데 뒤에서 자동차 한대가 날 보더니 타라고 태워준다.
정말 고마웠다. 버스정류장까지 금새 데려다 주셔서 다행스럽게도 16:00 버스를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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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서 16:00 버스를 타고 약 한시간정도 가니 진주터미널에 도착
서울행 버스표를 끊은 뒤 저녁식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서울까지 푹 자고 싶었는데... 그것도 잘 되질 않는다. 너무 피곤해서...
저녁 10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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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서른넷... 이제 나이가 들었나 싶었을 때 감행한 12년만의 지리산종주...
아픈무릎을 이끌고 이틀간 산길 약34Km를 26시간 가량을 걸었다..

40대가 되어도.. 50대가 되어도.. 60대가 넘어도..
무언가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젊음' 아닐까?

집에 돌아가는 길
완전히 녹초가 된 몸이지만 슬며시 입가엔 미소 지을 수 있었다.

2007년 지리산종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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