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종주 #2 - 성삼재 ~ 세석산장 - :: Horizontal Grays S2
2007.10.26 토요일
03:00 핸드폰 알람이 울려 깨자마자 어젯밤 부탁해두었던 모닝콜이 울린다.
시골 모텔에서 기대하지도 않았건만 흔쾌히 응해주시고 또 이렇게 서비스해준 마음이 고마워서라도
가볍게 일어났다. - 사실은 산행에 대한 긴장감 때문이 더 컸을게다 ㅋ -
간단히 몸을 풀고, 따뜻한물로 샤워하고,
마지막으로 짐들을 제대로 꾸리고 옷을 갖춰입고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모텔을 나섰다.
세시간을 채 못잔듯하다만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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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0 터미널로 가는길 안개가 자욱하다. 내일 비온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조금 걱정이 된다.
일단 4시 첫차를 타기위해 터미널로..

터미널에 도착하니 지리산을 가기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다.
아침과 산행중의 점심을 대신하기 위해 김밥두줄을 사고, 혹시나 모를일을 대비해 지리산 지도도 하나 사두었다.
표를 끊고 담배를 한대피우고나니 3시55분쯤 되었다.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내 행색이 초라하다.
거의 산악회에서 단체로 20~30명씩 오는 팀이었는데 장비가 다들 장난이 아니다. ㅋ
그나저나 사람이 너무 많아 차에 타기도 힘들듯하다. 다들 왠만큼 큰 애들만한 배낭을 둘러메고 있으니
더욱 승차하기가 쉽지 않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급히 다른 기사아저씨께 전화를 하시더니 급하게 두대가 편성된다.
나는 두번째 차에 겨우 올라탈 수 있었다.
혼자 가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듯하다.. 다들 꽤나 시끄럽다.

깜깜한 시골길을 20분쯤 달리니 기사아저씨께서 방송을 하신다.
"화엄사입니다. 내리실 분 없죠?" 사람들의 무응답을 확인하고선 다시 출발한다.
얼마안가 버스의 롤링이 심해진다.
지리산에 접어든듯하다.
한참을 구불구불 올라가니 산악회 여자회원하나가 멀미하더니 끝내 검은비닐봉지를 찾는다.
익숙치않으면 그럴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산길은 심한 코너가 계속 된다.

04:40 버스기사아저씨가 그 심한 코너를 타면서도 운전중에  안내멘트를 날리신다
"환영합니다. 지리산 종주 잘하고 오세요"라고... 다 왔나보다.

버스에서 내려 하늘을 보니 구름의 움직임이 장난이 아니다. 너무 빠르다.
그 사이사이로 많은 별들이 빛난다.
버스가 지나온길을 뒤돌아 보니 산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올라와 있는 모습이 달빛에 비치는게 아름답다.
역시 꽤 높이 올라왔나보다. 너무 어두워서 사진촬영을 할 수 없는게 아쉽다.

김밥한줄을 얼른 먹고 담배를 한대 피운 후 산행을 시작한다.

05:00 성삼재(해발 1090m)
랜턴을 분명히 챙겼던걸루 기억하는데 아...못찾겠다. 것보다 추워서 찾기가 귀찮다. ^^;
달빛이 워낙 밝아서 그냥 걸어도 별 문제가 없다. 일단 가자

중간에 전망대가 있어 잠시 구경을 했다. 옆에 있던 팀의 한남자가 같이 온 여자들에게 설명을한다.
"저기가 통영이고, 저기가 거제도고..." 같이 온 여자들은 믿진 않았다만 내가 믿을뻔했다.ㅋㅋ
운해(雲海)다.
저 아랫쪽으로 구름이 쫙~ 깔려있고 그 구름을 넘는 높은 봉우리들만 튀어나온것이 정말 바다위의 섬같다.
이 모든것이 달빛에 은은하게 비춰 보이는데 눈으로만 보고 온게 아쉽다.

05:40 40분정도 걸었다. 아직은 전혀힘들지 않다.
힘들면 안되지... 이제 시작인데 ^^;

05:45 노고단대피소(해발 1340m)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아침을 먹고 있다. 난 아침으로 김밥한줄 먹었으니 계속 산행.
아직까지 해는 뜰생각도 없나보다. 달이 여적 중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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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 노고단고개(해발 1507m)
노고단 고개에 다와갈 즈음에 해가 뜨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찍고 찍어주고 바쁘다.
나는 혼자 몇컷 찍고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여태까지는 잘 닦여진 길이었는데 이제부터 좁은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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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산을 덮치고 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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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해가 드러난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곳에서 보는것만큼 멋있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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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49 해가 모습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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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삼거리(해발 133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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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삼거리를 지나 임걸령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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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걸령(해발 1320m)에서 바라본 풍경


07:50 노루목(해발 1498m) 도착
피아골삼거리, 임걸령, 임걸령을 지나자마자 가파른 오르막 잠깐 나오고
노루목에 도착했다. 현재 천왕봉까지 18km 남아있고 바나나 하나 먹으며 휴식
반야봉에 오를까 말까 잠시 망설인다. 95년 종주때는 올라갔다 왔었는데 지금은 무리일것 같기도 하고...
일단 목표인 장터목산장까지만 충실하기로 하고 반야봉은 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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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목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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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묘에 있던 잔디.. 지난밤 내린 서리가 얼어있다가 해가 뜨니 천천히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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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0 삼도봉도착
전라북도,전라남도,경상남도 세도가 만나는 곳이라 삼도봉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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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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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에서 화개재로 가는 길.. 예전엔 이런 계단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안내판을보니 1999년에 만들어졌단다.
꽤나 한참 내리막인데.. 계단 중간쯤에서 오른쪽 무릎이 갑자기 시큰거린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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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54 화개재도착
으아- 정말 옛날사람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짐을 지고 왔을까... 대단하다.

안내판에 쓰여진 소요시간대로 계산해보면 성삼재에서 화개재까지 5시간을 예상하는데 4시간만에 왔다.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장터목까지는 해지고 조금만 더 걸으면 도착할 듯 하다.
걱정이 되는건 오른쪽 무릎이 점점 아파온다는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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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동안 단풍을 거의 보기 힘들다. 그나마 물든 저 나무도 가까이서 보면 쭈글쭈글해져 있다.
하긴 지리산에서 단풍구경하려면 피아골쪽으로 올라와야겠지.
기대는 안했다만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아쉬운 마음 살짝든다.
지나가던 등산객 얘기에 의하면 해발 1000m가 넘어가면 단풍이 제대로 들 수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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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11:10 연하천 산장이 얼마남지 않았다. 오른쪽 무릎은 이미 통증이 심해져서 제대로 힘을 줄 수도 없다.
그때문에 왼쪽다리에 힘이 더 들어가는 바람에 이제 왼쪽 무릎도 아파온다.
왼쪽에 필요이상의 힘이 들어가니 허벅지에 쥐날듯한 느낌이 들어서 잠시 쉬고 있다.

95년 지리산 종주때 둘째날 하산하면서 아파왔던 그느낌 그대로다.
배낭무게 때문일까? 나이가 든 탓일까? 그래도 너무 일찍 아프잖아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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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연하천대피소(해발 1480m) 도착
연하천대피소는 공사중이라 정신없었다.
다른 등산객들 역시 점심을 먹기 위해 이곳저곳에 자리를 펴고 밥과 찌개를 끓이기 바빴다.
나는 장터목까지 가기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아까웠기에 애초에 점심은 김밥으로 때울요량으로
아침에 김밥을 두줄 더 사가지고 왔다.

적당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김밥을 먹었다. 힘들어서 일까? 한줄먹고나니 입맛이 별로 없다.
그래도 체력생각해서 남은 한줄 마저 꾸역꾸역 먹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는 등산객들이 솔직히 좀 부럽기도 하다.

무릎이 아픈게 근육통이 아니고 피로골절(연골골절?)임을 알기에 파스가 별 소용이 없을것 같긴하다만
혹시나 해서 연하천대피소 주인장에게 스프레이파스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쓰다가 남은것만 있다고..
사정을 얘기하고 2000원인가 3000원인가를 주고 사가지고 뿌렸다.
무릎아..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만 버텨다오.

12:15 물통에 식수를 채우고 아직 식사에 정신없는 다른 등산객들을 뒤로하고
다시 산행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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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 형제봉(해발 1452m)도착
 피아골 쪽으로 올라왔다는 등산객 한분이 피아골은 단풍이 한창이라는 소식을 들려주신다.
 아- 단풍도 보고 싶다.... 는 생각도 잠시 난 오로지 무사히 산장까지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벽소령대피소까지 1.5km 남았다. 일단 거기가서 좀 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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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5 벽소령대피소(해발 1420m) 도착.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 장터목산장을 숙박지로 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세석산장에서 일박을 한다고한다.
아- 5시면 해가 슬슬 지기 시작할 텐데...  지금 속도로는 세석산장까지 가면 해는 다 지지 않을까 싶다.

15:10 벽소령 대피소에서 다시 출발. 사람들 얘기로는 세석산장까지 3.Xkm 쯤 남았다는데.. 장터목까지는
얼마나 남은거지? 아.. 언제 도착할런지 갑갑하다.
"일몰 후 야간산행 금지"라는 플랭카드가 신경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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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0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18시가 되면 어두워지지 싶다.

18:00 걸음을 걷기 시작한지 13시간이 되었다. 아.. 죽겠다.
그나저나 아직까지도 세석산장까지는 2.1km남았고 장터목 산장까지는 5.5km 남았는데 해는 거의 졌다.
진짜 난감하게 되었다. 무릎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아파져서 더 걷기 힘들고...
쉬면서 얘기나눈 등산객 한분은 자리가 없으면 복도에서 자더라도 세석산장에서 묶으라고 한다.
그몸으로 야간산행으로 장터목산장까지 가는건 무리라고..
차라리 말씀대로 세석산장에서 묶는게 현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세석산장에 가서 상황을 보고 정 안되면 야간산행을 강행하자.
잘하면 21시까지 장터목산장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19:50 드디어 세석산장(해발1600m)에 도착했다.
일단 잠자리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한다. 마침 남자 자리 딱 한석이 남아있단다.
아.. 저녁을 먹어야겠다.
아침,점심을 김밥을 먹어서 몰랐는데 수저고 젓가락이고 하나도 준비를 안했다. --;;;;;
산장 주인한테 나무젓가락을 물어보니 일회용품은 없다고 한다.
쇠젓가락 하나 남는걸 주신다. 아.. 다행이다.

날이 너무 춥다. 너무 힘들어서 인지 배고픈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체력생각해서 먹어야지..
취사장에서 버너에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인다.
라면에 햇반, 캔장조림,김치,김.. 정말 보잘것없는 식사지만 맛있다.
하지만 피곤한 탓인지 많이 먹히진 않는다.
으... 으슬으슬 추운게 감기걸리지 싶다. 산장에서 따뜻한 캔커피 하나 사서 먹고 간단히 정리하고
바로 산장 내자리로 갔다.

21:30 어두운 산장안, 등산객들의 땀냄새가 그들의 오늘 하루 여정을 얘기해주는 듯하다.
난방을 하는지 따뜻하다. 침낭을 꺼냏고 옷을 벗고 몸을 뉘인다.
발에 감각이 없는 듯하다. 약간 촉촉한 느낌이 나는듯하기도 하고..
물집이 생겼다 터졌나? 아.. 모르겠다.
새벽같이 일어나려면 무조건 자야한다.
정말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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