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 #2 - sabang으로 - :: Horizontal Grays S2
2008.11.3 월 두번째 날..



무슨일일까? 꽤 피곤했고 그닥 푹 잔듯하지 않음에도 10시도 안되어 눈이 떠진 까닭은?
여튼 비가 내린다. 11월 부터 우기가 끝난다고 알고 있었지만 아직은 끝나지 않았나보다.

용석이는 여전히 자고 있다. 잠시 소파에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제인이 들어와 나에게 언제까지
바탕카스로 가야되는지를 묻는다. 어제 용석이 얘기로 여기서 1시즈음에 출발하면 된다고 얘기해준 기억이 나서
1시에는 출발해야 된다고 얘기해주니 그전까지 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리고 용석이에게는 어머니 집에
다녀온다고 얘기해 달라고 부탁하곤 경아를 데리고 나갔다.

혼자서 집에서 뭐하리..
오전시간엔 괜찮겠지 생각되어 동네한바퀴 돌자 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예쁘다고 생각 되었던 집. 내부는 당연히 모른다. 안들어가봐서..



슈퍼앞에 있던 아이, 아이의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아빠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고맙다며 찍어달란다.
막상 내가 찍으려 하니 아이는 그다지 찍히고 싶지 않나보다. 하지만 오히려 아버지가 등을 떠민다. ㅋ
잠시 장난을 좀 치니 이내 웃으며 좋아라 하지만 다르게 생겨서일까 경계를 하는건지
여튼 가까이 오려고 하진않는다.



동네에는 저런 조그만 가게가 꽤 많다. 가게 이름은 통상 사람이름을 붙이는 것 같다.
주렁주렁 메달려있는게 무엇인가 가까이 가봤는데 과자나 사탕류 같다. 뭐.. 잘은 모르겠다.
한번 사먹어 볼까? 했는데 지갑을 안가지고 왔다.


동네골목에 저렇게 야자나무가 보이니 여기가 열대지방이라는게 더욱 실감난다.


멋진 트라이씨클.

여기였나? 여기 옆동네였나? 머리에 짐을 짊어진 할머니가 돈을 떨어뜨리신걸 모른채 지나가시길래
주워드렸더니 고맙다며 내 팔을 어루만져 주셨다. 바로 옆에 있던 남자 둘은 나중에 알았는지
나보고 친절한 사람이라며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준다.


다시 만난 아까 그아이.. 언니로 보이는 아이도 꽤 귀엽다.



골목에는 개나 고양이를 많이 볼 수 있다. 개를 묶어서 키우는 집은 용석이네 밖에 없었다.
대부분 길가에 느긋느긋 돌아다닌다.
용석의 얘기로는 필리핀 사람들은 고양이를 싫어한다고 한다. 하지만 보면 굳이 내쫓거나 하진 않는듯하고
그냥 무관심하게 두는듯하다.



저 골목을 지나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소리쳤다. "Welcome to Philipines"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남자아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웃고있다.
상의를 벗고 있던 아이인데 마른몸이지만 잔근육에 멋진 몸매의 아이? 였다.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몇살이냐고 물으니.. 13이라고 했던가 15이라고 했던가 기억이 안난다.
여튼 너 멋진데.. 사진한장 찍자 했더니 무지 쑥스러워하며 사양한다.
아쉽지만 오케이 하고 조금 더 가니.. 한 엄마가 3~5살쯤 되어보이는 꼬마 여자아이를 홀딱 벗겨놓고 씻기고 있다.
우리나라 예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사진으로 찍고 싶었다만 차마 찍어도 되겠냐는 소리를 못하겠다. ㅋ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고 난 후의 받은 느낌이 독특하다.
분명 동남아에 왔는데.. 모든 간판이 영어다 보니 미국의 느낌도 나고.. 사람들은 때때로 동남아사람인것 같기도하고 남미 사람 같기도 하고.. 어떤 간판들은 스페인어로 쓰여진듯 하기도 하다.
굉장히 긴 시간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그다음에는 미국의 식민지여서 그랬을 수 도 있다.
여튼 느낌이 특이하다.

동네를 구경하고 용석의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담배를 한대피니 11시 반이 넘었다.
용석인 이제야 일어나서 제인과 경아는 어디갔냐고 물어 대답해주었다.
일찍일어나서 동네한바퀴 돌았다니 옆블록은 낮에도 가지말아야 한다며 어디까지 갔다 왔냐고 묻길래
길을 모르니 가까운데만 돌았으니 걱정말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좀있다 제인이 돌아오고 우리는 나갈 준비를 하여 나갔다.

(사실 내가 그 작은 동네 한바퀴를 돌았던게 그 후 그 동네에서 한바탕 일이 있었던것은 나중에 알았다. ㅋㅋㅋ)


차를 타고 조금 나오니 보이는 시내.


용석이가 불난로 어때? 라고 묻는다.
뜬금없이 왠 불난로? 뭔소리야 했더니, 필리핀 음식중에 불난로라는게 있는데 한국의 갈비탕과 비슷하다고
자기가 아는 레스토랑이 있으니 거기서 점심먹고 가자고 한다.
나야 오케이지 뭐..
(알고보니 불난로가 아니고 'Bulalo' 였다. ㅋ)

사진 왼쪽 상단의 채소와 고기로 국물을 낸 것이 Bulalo이다. 새우튀김은 한국과 비슷할듯해서 내가 골랐는데
꽤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밥을 참 많이 먹는다. 그도 그러럴것이 한국처럼 밥이 찰지지 않다.
그래서 많이 먹어야 포만감을 느끼지 않나 싶다.
또한 용석이가 필리핀 여자들은 아랫배가 많이 나와서 싫다고 얘기한적이 있는데
이역시 이런 식습관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칼라만시. 우리나라의 낑깡과 비슷하다. 잘 보면 밑에 작은 칠리고추가 깔려있는게 보인다.
필리피노들이 젤 좋아하는 소스가 간장에 칼라만시 즙을 내어 뿌리고 칠리고추를 짖이겨 매운향을 첨가하는것.
많은 음식을 이 소스와 함께 먹는다.
이 식당에서도.. 그리고 나중에도 난 칠리고추를 조금씩 먹었는데 필리핀 사람들은 기겁을 한다.
그걸 어떻게 먹냐고.. 맵긴 정말 매운데 아주 조금씩 깨물어 먹으면 청양고추 먹는듯해서 괜찮다.


필리핀의 고속도로.. 마닐라에서 바탕카스로 가는 가장 큰 고속도로라고 용석은 얘기한다.
여기 사는 사람으로서 용석은 이런 도로환경이 불만스럽겠지만
관광객으로서 나는 색달라서 나쁘지 않다.
물론 도로가 아스팔트가 아니고 시멘트인데다 도로보수가 잘 되지 않아서 승차감은 엉망이긴하다만 ㅋ


바탕카스 이정표가 보인다.
바탕카스에는 항구가 두개가 있는데 큰항구 하나 작은항구 하나.
큰 항구는 주로 해외로 오가는 배들이 드나드는듯하고
작은 항구가 내가 이용할 방카보트를 타는 곳이라고 용석이가 얘기해준다.


주차장에서 내려 항구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작은 가게들..
이곳 역시 주로 사람이름이 가게 이름이었다.

제인의 도움을 받아 사방까지 가는 배표를 끊었다. 260페소 가량 들었던걸로 기억한다.
용석과 제인은 어제 마트에서 샀던 과일이며, 낮에 식당에서 먹고 남았던 음식들이랑 잔뜩 싸서 내게 주었다.
그리고 제인은 계속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해주었다.

다시한번 용석과 제인에게 고맙다는 말 하고 싶다.


공항과 같이 엄밀한 정도는 아니지만 이곳 역시 나름의 통관절차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니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는데 나 역시 이 외국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항구에 들어설때 표를 끊어준 안내원이 3게이트에서 타면 된다고 얘기해주었지만 막상 들어가면 복잡해서
잘 모르게된다.
그래서 외국인들과 난 서로 이번 배가 맞는지 얘기하지만 당연히 결론은 안나온다. ㅋ
그래서 배타는 곳 입구에 있는 경비원에게 물어 확인할 수 있었다.



사방으로 가는 방카보트.
아까 잠시 얘기나누었던 안경쓰고 나이든 외국인 할아버지가 먼저 타고 있다.
배 승무원들은 승객이 떨어지지 않게 한명한명 손을 잡아 이끌어준다.



오전에 비가오고 날이 화창하게 갠 것은 아니고 구름도 많지만
바다에서 보는 풍경은 멋지다.
어느덧 저쪽하늘로는 해가 지고 있는 듯하다.



가만히 혼자 앉아있는게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바람도 쐴 겸 배 뒷머리로 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나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아까 배에 앉아서 출발을 기다릴때 떠나기 얼마전에 탔던 필리핀 아가씨였다.
이쁘장하게 생겨서 기억하고는 있었는데.. 내가 뒷머리로 나가니 같이 얘기하고 싶어서였는지 말을 건 것이었다.
(서로 어색해서 였는지.. 여튼 내가 사진을 좀 못찍었다. ^^;;; )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름은 '마이카'였다.
잠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얘가 뜬금없이 나보고 영어를 잘 한댄다.
아.. 부끄럽다. 내 스스로가 내 영어실력을 잘 아는구만...
여튼 무슨소리냐.. 내가 영어 잘 못한다는거 잘 알고있는데.. 그랬더니 너 정도면 꽤 잘하는 거란다.
사방비치가 관광지다 보니 한국인들도 많이 오는데 거의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인치고는 잘하는 편이라고.. ^^;;;

(나중에 직접 사방에 가보니 이 아가씨가 왜 그런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사방비치는 다이빙포인트로 유명한 곳이어 주로 다이버들이 많이 찾는데..
다이빙 역시 돈이 은근히 들어가는 취미인지라 젊은 사람들보다 30대 중반 이후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영어를 썩 잘하는 사람이 드물었던 것 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하나는..
왼쪽귀에는 귀걸이를 하고 있었고 오른쪽 귀엔 귀걸이를 하지 않았는데 오른쪽 귀에 귀걸이를 하는 곳에서부터
귓볼밑까지 세로로 상처가 나있는 것이었다.
그게 궁금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마닐라에서 도둑놈이 귀걸이를 훔쳐갔다고 한다.
하고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귀를 째고 훔쳐간 것이었다.
으으.. 생각만해도 아프다.
여튼 이 아가씨 덕에 심심치 않게 사방까지 갈 수 있었다.
사방에 도착할 때 즈음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얘기하고 헤어졌다.



방카보트의 선장. 선장은 배 뒷편에서 조종을 하고 앞편에 승무원이 선장에게 앞 상황을 알리는 듯하다.


사방비치에 도착.. 해가 어느새 많이 졌다.
노을이 비치는 바닷가.. 멋지다.



요건 14가 찍은 사진..
인간아.. 수전증 좀 어케 해라. ㅋㅋ
내릴때 역시 승무원들이 손을 잡고 안전하게 내리도록 도와준다.
보면 알겠지만 외국인이 많다.


여튼 14는 비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14에게 줄 샴푸,린스,너구리한박스.. 게다가 용석에게 받은 과일과 음식까지해서 짐이 한보따리. ㅋ


14도 타국에서 만나니 꽤 반가운데~ ㅋㅋㅋ
근데 사진은 나를 찍은거냐 뒤에 할아버질 찍은거냐? ㅋㅋ



내가 다이빙을 배우고 숙식을 해결할 송오브조이 리조트에 짐을 풀고
강사와 인사를 나누고 저녁식사를 한 뒤 동네구경을 나섰다.
정말 작은 동네였는데 그나마 이 골목이 사거리라고 해서 좀 크다. ㅋ
작은 동네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보니 식당이며 술집이며 다닥다닥 꽤 많이 붙어있고
시설도 잘 되어있어 보인다.
그리고 치안 역시 이곳이 훨씬 안전하다고 한다.

여튼 저 사거리를 지날 무렵 마사지하는 아가씨들이 나를 보고
'마사지 하세요' 가 아니고 '사진찍어주세요'라고 얘기한다... 물론 영어로 ^^;;
필리핀 사람들은 정말 사진찍히는 거 좋아한다.
여튼 나야 오케이.. 사진찍을 준비를 하니 포즈들도 알아서 취한다.

사진을 뽑아달라는 소리도 없고 디카니까 LCD로 보여주면 그저 좋아라 한다.
그리고 마사지 받을거면 나중에 오라고.. 시원하게 잘 해주겠다고 한다.


사거리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어느 골목안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이곳은 외국인을 위한곳이 아니고 필리피노들을 위한 곳인가 보다.
필리핀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고 사진에서처럼 밴드가 즉석에서 노래를 라이브로 부른다.
연주며 노래가 꽤 좋아서 사진을 찍으며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몸이 장단에 맞춰 반응한다.
나를 쳐다보는 손님이나 밴드의 일원들 역시 웃음으로 인사해주어 기분도 좋았다.


14랑 술을 한잔씩 했다. 필리핀에 왔으니 당연히 산미겔 맥주~ ㅋ
아까 나를 가르칠 다이빙강사가 내일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아침식사 후 바로 강습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했다.

오늘도 마지막은 도마뱀사진.. 숙소 근처에서 본 도마뱀.. 요놈이 용석의 집에서 본 놈보다 더 귀여운데? ㅋㅋ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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