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 :: Horizontal Grays S2
어제는 날이 참 좋아서 점심을 먹고 일부러 밖에 나가서
볕을 쬐면서 커피를 홀짝대며 담배를 피고 있었다.
고개를 내려 땅을 보니 발 앞에서 벌레 두마리가 보인다.
뭔지 잘 모를 날벌레 한마리는 다 죽어가고 이를 개미가 끌고 가려한다.
개미로 부터 벗어나보겠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힘이 없는지
이내 힘이 빠지고 개미에게 끌려간다.
개미느 자기 몸에 세배쯤 되는 벌레를 부는 바람땜에 휘청휘청 하면서 겨우 겨우 끌고간다.
왜 하필이면 끌고가는 방향이 점심먹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은 길이었을까..
지켜보는 내내 조마조마 했다. 사람들 걸음 사이로 휘청대며 죽어가는 벌레를 끌고가는 그 상황이..
몇번의 위기를 넘기는 듯 하더니 슬리퍼를 신은 어떤 사람의 발에 끝내 밟히고 말았다.
혹시나 살아있을까 좀더 지켜보았지만 미동도 하지않는다.
죽어가던 벌레도.. 그리고 그 벌레를 끌고가던 개미도.. 다 죽었다.
난 제자리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이 상황에 개입을 해야하는건지..
죽어가던 벌레를 구했어야 하는건지..
벌레를 끌고가던 개미를 구했어야 하는건지..
그냥 이렇게 보고만 있었던것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다. 그 생각에 골똘하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
체한듯 싶다. 저녁을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녁 먹구선 심히 안좋다.
영석에게 내일 가겠다는 전화를 해놓고 일찍 잠을 청했다.

8시쯤 문자가 오는 소리에 잠을 깼다.
HUBRIS님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문자였다.
전화통화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전화를 받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는지... 씁쓸하다.

어제 영석의 입원소식때문에
저녁엔 성남에 갔다왔다. 영화몇편 구워서...
병명도 모르겠단다. 오늘 검사했는데 별 이상이 없게 나와서
내일은 퇴원한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꾀병 좀 고만부리라고.. 이 형이 꼭 일케 방문하셔야겠냐고 툴툴대긴했다만
별 문제 없다니 다행이다 싶다.

병원엘 다녀와서인지..
신경을 써서인지..
지금은 내가 더 기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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