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Horizontal Grays S2
대전 출장길

목적지 가는 길
택시기사분 나이가 일흔가까이 되어보이신다. 차는 로체이고 수동기어방식이다.
차는 대단히 깨끗하거나 하진 않지만 선량해 보이시는 기사님이시다.

기사님 : "아- 그 근처... 뭔 간판을 죄다 영어로 써놔서 잘 모르겠어요"

나 : "그러게요.. 대덕테크노벨리 대부분 연구단지일텐데 왜 그럴까요"

기사님 : "그래도 저번에 한 손님이 네비게이션 직접 동작시키셔서 한번 가봤네요
             네비 달아놓긴 했는데 대전이야 뭐 크지 않으니까 별로 쓸일도 없고..."

나 : "그래도 DMB가 있어서 대기하실때 심심치는 않으시겠어요"

기사님 : "아- 그렇죠. 사실 그거 말고 별로 좋은거 모르겠어요.
            네비 한번 사용하려면 돋보기 안쓰면 잘 뵈지도 않고"

나 : "그렇죠.. 나이드신 분들 쓰시기엔 쉽지 않죠, 음성인식이 잘 상용화 되면 편하게 쓰실텐데"

기사님 : "아.. 저도 들었어요. 근데 그런게 되겠어요?"

나 : "그렇게 구체적인 명령은 힘들어도 간단한 것들은 이제 잘 인식하는 편이에요"

기사님 : "아~ 그렇구나. 난 GPS 처음 달았을 때 GPS가 도로안전표지판을 읽고 말하는 건줄 알았어요.
             어찌나 신기하던지.. 밤엔 얘가 표지판을 어떻게 읽을까 고민한적도 있었어요."

나 : "원리에 관심없어서 모르시면 그럴수도 있죠~ 그렇게 생각하실 법도 하네요 :) "

기사님 : "아 그리고 이 네비란 놈이 속도를 어떻게 계산하는 걸까요? 바퀴도 없고 차랑 연결도 안되는데
            전 그게 정말 신기해요"

나 : "그건.... 일정시간간격으로 위치정보를 받아서 두 지점간의 거리로 계산하는 거에요.
       차량속도계보다 정확하죠"

기사님 : "그런것 같아요. 저번에 볼링치고 오는데, 100km속도제한 지점에서 차량속도계는 110을 살짝 넘게
             기리키고 있었고 네비는 105를 표시하고 있었는데 안걸렸더라구요 ㅋ "

나 : "네. 네비나 GPS가 가리키는 신호가 정확하죠"

기사님 : "아.. 고걸 어쩜 이렇게 잘 계산하지? ~ 요놈안에 컴퓨터가 들었나봐요.
             그리구 이 터치도 넘 신기하지 않나요?
             컴퓨터 마우스 마냥 어떻게 건들기만 하면 알아서 인식을 하는지"

나 : (굳이 원리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쵸? 기술이 정말 빨리 발전하는 것 같아요"

기사님 : "그렇게요. 세상엔 알아야할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죄다 모르겠어요"

나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이쪽계통에 있슴에도 불구하고) 정말 모르겠어요."

기사님 : "그런데... 이 네비 옆으로 돌려놔도 속도가 나올까요?"

나 : "네. 상관없어요~ 편하게 놓고 사용하시면 되요. 단 GPS안테나가 수신가능하기만 하면요 :)
      그런데 볼링 치시나봐요?"

기사님 : "네..좋아해요. 음.. 그정도가 아니고 잘쳐요 ^-^
             시니어대회에서 수상도 많이 했구요, 아시아대회 같은데도 출전해서 상도 받구 그랬어요"

나 : "우와~ 대단하세요. 전 볼링 참 어렵던데 "

기사님 : "재미로 시작했는데 오랜시간 치다보니 이렇게까지 되었네요. 그런데 병신이 되어버렸어요"

나 : "그게 무슨소리세요?"

기사님 : (오른쪽 팔뚝과 왼쪽팔뚝을 보여주시며) 이거봐요. 오른쪽만 더 굵죠? 손가락도 이렇게 되어버리고"

나 : "그래도 건강해보이셔서 보기 좋기만 해요 ^-^"

기사님 : "네. 아직 건강해요 ^-^"

나 : (나이를 여쭤볼까 하다 실례가 될까해서 말았다) "네. 정말 정정해 보이세요. 그리구 정말 멋지시네요 ^-^"

기사님 : "요새 젊은이들은 '일본사람'이라는 표현을 쓰죠? 저희만 해도 절대 그렇게 안해요 '일본놈'이라고하지"

나 : "아무래도 겪으신게 있으시니 당연히 그러실듯해요 '일본놈' 혹은 '쪽바리' "

기사님 : "아시아 경기대회 나가면 다른 나라 선수들이랑은 친선대회니까 웃어가면서 재밌게 치는데
             일본선수랑 붙으면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반드시 이기자로 바뀌죠"

나 : "아무래도 한일전이니깐요"

그렇게 이런얘기 저런얘기하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 :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멋지게 사시고 건강하세요~ ^-^"

기사님 : "젊은사장님도 일 잘보고 가세요~"

나 : (사장님..아닌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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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보고 돌아가는 길 대전지능화로봇산업화센터는 대전에서 꽤나 외진곳에 있어서
대중교통이 전혀 없다. 그곳 담당자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콜택시를 불러준다.
10분가량 기다리니 기사한분이 날 보자마자 늦어서 죄송하다며 친절하게 맞이한다.
깨끗한 NF소나타였고 내부도 깔끔하게 꾸며져있다. 영수증도 발급가능하고 카드도 사용가능하다.
역시 수동기어다. 서울택시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수동기어방식의 차량을
내가 우연치 않게 올때 갈때 탄것인지는 모르지만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전의 교통상황이 좋아서 그런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별 얘기없이 가다가 어느지점에서 유료지만 자동차전용도로로 갈건지 아니면 일반도로로 갈건지를 물으신다.
500원 더 내도 빠르게 갈 수  있는게 좋겠다고 말씀드리니 강변도로로 접어드신다.

기사님 : "조만간 이 도로도 다 없애버린데요"

나 : "왜요?"

기사님 : "그놈의 환경단체인지 뭔지 생태계 어쩌구 저쩌구 해서 없애버린다는데요"

나 : "음.."

기사님 : "아- 물론 환경 중요하죠. 그래도 이런 도로를 없애버리면 이 교통량을 어떻게 감당하려구
             먹구 사는게 중요하지 생태계보존 그런게 다 뭐라고...."

나 : "음...
       시내쪽 교통이 더 막히긴 하겠네요... 음흠.."
       (앞으로 우리가 그리고 후손들이 잘 먹구 살려면 생태계도 잘 보존하고 환경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걸 그냥 참고 넘어갔다.)

그래도 이 기사님 끝까지 친절하시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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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3시간 자고, 좀전에 부천으로 돌아와 저녁먹고 뻘소리 끄적끄적..
이제 일해야겠다. 오늘은 몇시까지 해야 될런지 ㅜㅡ
간만에 바쁜것두 나쁘지 않다 :)
다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일주일가량 잠을 제대로 못자니 체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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