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하군 --; :: Horizontal Grays S2
11/1 일요일
후배 영경이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네이트온으로 자기의 결혼을 알리는 것이 어찌보면 괘씸할 수 도 있겠지만
나를 편하게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간만에 94학번 후배들 얼굴도 보고 싶고 해서 결혼식에 가기로 했었다.

일요일 평균 기상시간이 12시가 넘는 시간인데 결혼식이 12시이다.
전날 취침하기전 9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다행히도 9시반에 기상을 해서 샤워를 하기 위해 보일러를 틀고 잠시 뎁혀지는 동안 침대에 누웠는데...
눈떠보니 10시반 ^^;;

서둘러서 출발을 했지만 일요일이라 버스도 전철도 배차시간이 띄엄띄엄이다.
여하튼 12시 35분 경에 도착을 했는데
식마치고 지금쯤이면 사진들 찍고 있겠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식장은 텅비어있고, 축의금을 받는 책상에도 사람이 없었다.
안내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식은 진작에 끝났고 사람들은 이미 식당으로 다 올라갔다고 --;;;
지하1층과 5층에 식당이 있었는데 식권이 없다보니 들여보내주려 하지 않는다.
친구만 찾아보겠다고 양해를 구하고는 들어갔는데
어느 후배도 보이질 않는다. ㅜㅡ

승현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질 않는다.
포기하고 식장을 나왔다.
지하철을 타러 합정역으로 조금 걸어가서 개찰구를 통과하니 승현에게 전화가 온다.
하객으로는 수진이 누나와 재각이 그리고 자기 밖에 없었다고 한다.
여튼 담에 보기를 기약하고는 돌아왔다.

왠지 씁쓸하다.
신부를 만나 축하한다고 말해주지 못한것도,
간만에 반가운 94학번 후배들을 못만난것도 씁쓸하지만
정말 번개불에 콩볶아먹듯 치뤄지는 결혼식이 제일 씁쓸하다.
아직 결혼을 못해봐서 모르겠는데... 나중에 그 결혼식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하긴 좀 더 길게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것도 없을것도 같다만.. ^^;

이렇게 얘기해봐야 늦게일어나 지각한 내잘못에 대한 변명일 뿐이겠지? ㅋㅋ

...

그동안 일이 바빠 주말에도 일하거나 아님 퍼질러 쉬거나하다보니
대중교통을 탈일이 없었나보다.
인터넷으로 얘기만 들었단 '우측통행'의 홍보가 지하철 역사마다 한창이다.

믿거나 말거나
난 어릴적에 교육받은 '좌측통행'을 얼마전까지도 꽤나 잘 지키는 사람인데
사실 이게 여간 불편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좌측통행'과는 무관하게 자기가 편할대로 다니기도 하거니와
의외로 많은 역사의 통로 레이아웃이 우측통행이 편한 곳과 좌측통행이 편한 곳이 엉켜있어서
무질서하기 짝이 없다보니 좌측통행이라는 묵시적 룰을 지키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러면서 유심히 지켜보고 생각한 결과
'우측통행'이 보다 합리적이고 충돌이 줄어들것 같다는 생각을 사실 그간 해왔었다.
그래서 이번 '우측통행'은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닥 변한게 없다.
이를 우측통행으로 바뀐 것의 인식부족으로 인한 혼란인 것일까? 라고 생각해봤지만
그건 아닌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무관심'하다.
자기 편할대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예전 아는 형님과
'시스템을 바꿔야 사람이 바뀐다' 와 '사람이 바뀌는게 먼저다'를 가지고 토론 비스무리 한적이 있었는데
형님은 시스템이 먼저를 주장하셨었고
나는 사람이 먼저를 주장했었드랬다.

뭐.. 정답은 없어보인다만
여전히 내주장이 크게 틀린것 같지 않다고 생각되긴 한다.
'우측통행'이라는 별거 아닐 수 있는 것에 혼자서 또 깊은 고민에 빠졌던 하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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